후진형 계량에 멈춰선 한국, 보통문제 아니다

관리자님 | 2018.12.06 17:04 | 조회 681
천지일보 - 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운동 길에 나서 가로수 길을 따라 걷다보니 구청 마당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무슨 행사인지 다가가 보니 지역 새마을회가 중심이 돼 매년 11월 말경 열고 있는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였다. 이날 담근 맛나고 싱싱한 김치를 인근지역의 영세민 등 취약계층에 무료로 나눠주는 좋은 취지의 행사라서 그런지 부녀회원들의 모습이 무척 밝다. 이들의 봉사활동이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보탬이 되니 이런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많을수록 좋은 세상이다.

매년 이때쯤이면 일반가정집에서 김장담그기를 서두른다. 또 지역봉사조직이나 사회단체가 나서서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하는 등 겨울나기 준비에 한창 바쁜 시기다. 지역에 따라 김장담그기 적기가 다소 다르기는 하나, 김장은 하루 최저 기온이 0℃ 이하로 떨어지고 하루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지금부터 12월 상·중순경까지는 김장담그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뉴스를 봐도 지역마다 월동 아이템으로 빠질 수 없는 김장 문화에 대해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때는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날 좋은 날에 김장을 해야 하니 최근에 153웨더, 케이웨더 등 민간 기상업체가 ‘김장하기 좋은 때’를 예보하고 있다. 153웨더에 따르면 서울은 11월 23일이고 광주 12월 10일, 부산은 12월 30일이다. 케이웨더에서는 서울 11월 29일, 부산 12월 31일로 예보했는바, 전국적으로 보면 중부 내륙지방은 11월 하순까지, 남부지방과 동해안은 12월 상·중순이 가장 적기이다.

운동을 마치고 귀가해 저녁식사를 하던 중 집사람에게 구청 김장담그기 행사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는 식자재마트에서 사먹으니 김치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 요가 회원들에게 들었다며 들깨와 참깨 단위를 내게 말해주었다. “참깨 한 되가 지역에 따라 달라 경기도에선 600g, 경상도에서는 1.2㎏이며 또, 들깨 한 되는 900g”으로 같은 깨 종류가 무게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이상하다는 것이다. 중국에 가보면 도량형 통일이 잘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간단한 것 하나 통일이 안되고 어찌나 복잡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다.

그 말이 맞는지 자료를 뒤져보니 농산물 거래단위가 정말 복잡하다. 같은 한 말(斗)이지만 콩은 7㎏, 쌀은 8㎏, 팥은 9㎏이고 깨는 6㎏이다. 생고추 한 가마니는 60㎏, 건고추 1가마니는 9㎏이며 마른 고추 1근은 600g, 고춧가루 1근은 500g 또는 400g이다. 또 지역마다 다르다. 전라도, 경상도에서는 1되당 쌀 1.6㎏, 보리쌀 1.4㎏, 수수는 1.5㎏이지만 수도권과 충청지방에서는 되당 가격이 그 반으로 쌀 0.8㎏, 보리쌀은 0.7㎏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점만큼은 중국의 도량형 통일과 현재 상거래에서 무게 단위의 킬로그램을 배워야 할 것이다.

중국은 도량형 통일이 잘 돼 있는 나라다. 과일과 채소를 상거래할 때 킬로그램 단위를 사용한다. 소비자가 한 근(500g) 또는 두 근(1㎏)을 말하면 그 무게만큼 상품을 계량기에 달아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품목이든지 실제 상거래에서는 혼동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도량형 통일은 우리가 학창시절 세계사에서 배웠듯 진나라 시황제 때(BC 221)부터 유래된다. 당시 도량형 통일뿐만 아니라 문자와 화폐도 통일한 것인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관행으로 사용돼왔던 1근의 정량도 과일, 채소 등 모든 농어축산물 단위에서 500g으로 통일돼 있으니 생산자나 소비자, 매매자들이 거래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우리 정부에서는 관례적으로 사용해온 도량형을 통일하기 위해 1961년 ‘계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50년 넘게 시행해오고 있다. 모든 법정단위로 기본단위, 유도단위 및 특수단위로 구분해서 사용하기로 정했던바 그 법정 기본단위를 보면 길이의 측정단위인 미터(m), 질량의 측정단위인 킬로그램(㎏), 시간의 측정단위인 초이다. 따라서 상행위 거래가 많은 농수축산물 등 질량의 경우에는 킬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말, 되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관습적으로 사용하던 ‘되’ ‘돈’과 ‘평’ 대신에 ‘그램(g)’과 ‘제곱미터(㎡)’ 단위를 사용토록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를 펼쳐왔고, 2010년 이후에 신문광고에 돈, 평 등을 사용할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조치와 홍보에 힘입어 언론매체에서 아파트 평수 대신 법정단위 제곱미터(㎡) 사용률은 85%대로 크게 신장됐으나, 국민의 생활 주변 현장에서 법정단위를 사용하는 빈도는 60% 중반대로 저조한 편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표준 단위법이 이미 오래전에 정착됐다. 하지만 우리 생활주변에서 농어축산물 등 상거래시 단위는 아직도 관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곡물 종류마다 무게 단위가 상이하다는 것인데, 정확한 계량이나 무게가 아니니 결국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 언제까지 후진형 계량에 멈춰 있을 건지 정말 보통문제가 아니다.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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